엇그제 나는 풀과 전쟁했다.
얼굴과 무릎에 안전장구
손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예초기를 둘러맨 나는 전사다.
동력을 올려 밀고 나가면
예초기 날이 요동치고
감자, 고구마, 옥수수는 응원하고
풀이 흩어져 눕는다.
600평 밭
고랑을 샅샅이 훝고 난 후
땀을 식혀 주는 바람에게 자랑한다.
내가 이겼다.
어제 비가 내렸다.
밭을 살피러 갔다.
죽는다며 누웠던 풀들이
다 일어나 바람과 함께 깔깔대고 있다.
나는 전쟁인데
풀은 놀이다.
동네 사람들은 제초제를 뿌리지 그러냐고 한심하다는 듯 핀잔을 준다. 화학약품 뿌려대 봐야 좋을 것 없다는 생각에 혼자 고집을 부려보고 있다. 노동은 몸을 힘들게 하지만 마음은 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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