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초부터 홍천에 거주하며 농촌살기를 준비했다. 농사에 필요한 농자재를 구입하는 일부터 농업 관련한 기관에서 업무를 보는 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농업경영체를 등록했냐는 것이었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않고는 농촌에서 살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빈번히 부딛는 단어다. 대체 농업경영체가 무었이길래 이러는 것일까? 농업경영체 등록 요건은 1000m2 이상의 농지에 실제 경작을 하고 있는 경우다. 농지는 소유이거나 임대도 가능하다. 농지는 면행정복지센터에 1) 농지대장 등록을 해야 한다. 그 후 작물을 심고 나서 농산물품질관리원에 2) 농업경영체 등록을 할 수 있다.
임야를 구입하기 위해 농협과 산림조합에 대출을 상담하러 갔다. 여지 없이 담당자로 부터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서는 대출 상담도 할 수 없었다.
나는 2022년 9월 장평리에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을 얻어 감비(우리집 고든리트리버, 감자색에 비오는날 데려와서 지은 이름)를 데려왔다. 9월 말쯤 동네 사람을 통해 600평 밭을 임대했다. 그리고 계약서를 가지고 농지대장을 등록하러 면행정복지센터에 가니 농지은행의 계약서를 가져오란다. 아니 임대인과 임차인이 당사자끼리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농지은행을 거쳐야 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법령을 모르니 토를 달지 못하고 돌아 왔다. 집에 와서 열심히 법령을 찾아보았다. 자경을 8년 이상한 농지이거나 상속받은 농지는 당사자 끼리 계약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법규를 들고 가니 담당직원이 농지대장 등록을 해준다. 공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이제 어떻게 하면 농업경영체를 등록할 수 있을까? 임대한 밭은 인삼농사를 지은 후 1년간 묵혀 명아주가 사람키를 넘도록 자라있다. 작물을 심으려면 밭에 가득한 명아주를 베어내야 했다. 친구들과 명아주를 베어내고 동네 트랙터가 있는 분께 로터리작업을 부탁했다. 기름값만 내라던 분이 작업 후 비용을 과하게 불렀다. 그러나 10월에 접어들어 심을 작물이 없다. 월동 시금치를 심어볼까, 양파를 심어볼까 고만하던 중에 동네의 한 사람이 겉보리를 뿌리라고 한다. 서석읍내에 가서 겉보리 두말을 사서 뿌렸다. 너무 늦게 뿌렸다 싶었지만 3주 쯤 후에 신기하게도 보리싹이 올라왔다. 인터넷을 통해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신청했다. 얼마 후 담당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실제 농작물이 심겨져 있는지 실사를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11월 16일 드디어 농업경영체가 등록되었다. 그 후 보리싹은 서리가 내려 모두 얼어 죽었다. 제때에 씨를 뿌려 보리가 어느정도 냉해에 견딜만큼 자랐거나 짚을 덮어주어 어린 보리싹이 냉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었어야 월동할 수 있는데… 그래도 실사 당시 밭에 농작물이 있었기에 농업경영체 등록은 유효했다. 이게 공무다.
농업경영체에 경영주외 농업인으로 아내를 기록해 넣았다. 그러나 담당자가 현재 거주하는 주소가 달라 아내를 경영주외 농업인으로 등록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법령을 찾아 보았다. 배우자는 6개원 이전까지 계속 함께 살았다면 등록이 가능하다고 적혔있다. 이 문구를 담당공무원은 6개원 전부터 지금까지 같은 주소지에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담당공무원에게 한글 독해를 가르치고 나서야 아내가 경영주외 농업인으로 등록되었다. 이게 공무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나서 농협과 산림조합에 갔다. 농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산림조합에서는 대출 상담이 일사철리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면 율전리 소재의 산주가 되었다. 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를 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어느 산업이나 진입장벽이 있다. 농업 역시 농업경영체 등록이라는 진입장벽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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