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옆길을 달리다

2021년 12월 31일, 가까이 사는 딸이 함께 서해안을 드라이브했다. 제부마리나에 정박해 있는 요트라도 구경하고,좀더 가면 왜목항에 있는 김승진 선장의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세계일주 홍보전시관도 들러보려고 한다.

먼저 제부마리나에 가려고 제부도 입구에 도착했다. 시간이 오후 1시 조금 넘었다. 밀물 때여서 입도가 물에 잠겨 차량이 통행할 수 없다. 선장이 물때도 모르고 제부도에 들어가려고 했다니 피씩 웃음이 났다.

다음 행선지 왜목항으로 방향을 잡았다. 화성방조제를 지나며 수평선을 본다. 조만간에 NADAUN호가 바닷길을 달리겠지. 바닷 바람이 세차다. 서해대교를 건너며 차가 바람에 휘청
댄다. 곳곳에 “강풍주의”라는 표지가 보인다.

지금 차가 다리 위를 달리고 강풍은 불어대는데 “강풍주의”라니 어쩌란말인가. 요트 항해 중 황천을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본다. 큰 돛을 내리고 Storm Sail로 바꾸어 방주 안에서 비바람과 파도를 헤쳐가는 수 밖에 없다. 길을 나서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바다에 떠 있는 이상 모진 비바람과 높은 파도를 견뎌내야만 한다.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일이다.

작은 왜목항은 관광객을 위해 제법 가꾸어 놓았다. 좁은 도로에 차들이 틈없이 주차해있다. 김승진 선장의 요트세계일주 홍보 전시관을 찾았다. 2층으로 올린 컨테이너 건물의 전시관은 열려 있나 싶게 인기척이 없다. 기웃거리며 문을 밀어 보니 려있다.

TV와 Youtube에서 낯이 익은 김승진 선장의 세계일주 모습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아내가 “당신도 요트로 세계일주 하고 싶은 거야?”하고 묻는다. 그냥 미소만 지으니, “그냥 구경만 하세요.”란다.

아내는 땅이 아닌 곳, 하늘이든 물이든, 떠있다는 것이 무섭단다. 두려움은 극복하는 거라는걸 두려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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