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15일은 광복50주년이었다. 나는 한 해 전에 아마추어무선사(3급 전화급)자격을취득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직장 근처에 아마추어무선연맹이 있었다. 건물 위의 커다란 안테나가 궁금해서 방문했다가 아무추어무선사 시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준비하여 시험에 합격했다. 차에 144Mh VHF 무전기를 설치하고 무선국허가를 받았다. 콜사인은 DS1CNK.
아마추어무선을 하며 알게 된 지인들과 광복50주년에 백두산, 마라도, 백령도, 독도의 네지점에서 아마추어무선 교신을 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독도팀이었다.
우리 팀은 울릉도행 배를 타려고 승용차 두 대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싣고 포항으로 출발했
다. 그러나 포항으로 가는 도중 알게된 것은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포항의 울릉도행 배가 이미 출항했단다. 수소문한 결과 속초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이 있었다. 우리는 즉시 속초로 차를 돌렸다.
여름 한낮은 쾌청하고 뜨거웠다. 속초에서 쾌속선 카타마란을 타고 울릉도를 향했다. 갑판 없는 쾌속선의 객실에 앉아 창너머로 4시간 동안 망망대해 파도만 보는 건 힘들고 지루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야말로 갑자기 울릉도가 눈앞에 있었다. 감탄의 신음이 절로 나왔다.
우리는 8월 10일 울릉도에 도착해서 울릉도 아마추어무선사들의 도움으로 독도에 가기 위한수속을 밟았다. 독도에 갈 수 있느냐는 날씨에 달렸다고 했다. 8월14일 다행히 해경함에 몸을 싣고 독도를 향할 수 있었다. 지금은 독도에 접안 시설이 있어 관광선들이 접안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접안 시설이 없었고 일반인의 독도 출입은 통제되었다
독도는 동도(98.6m)와 서도(168.5m)의 두 개 섬으로 되어 있다. 독도에 입도하기 위해서는 해경함에서 작은배에 옮겨 타야 했다. 2미터의 파도가 잔잔하다는데 우리 서울 촌놈들은 해경함에서 작은배로 옮겨타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두 배가 뱃전을 맞대고 서로 2m씩 교대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사이, 두 배의 뱃전이 수평이 되는 순간 옮겨 타야 했다. 심장이 쫄깃쫄깃했다.
간신히 옮겨 탄 작은 배가 동도에 닿았다. 배가 선수에 매달은 타이어를 접안 시설이 없는 독도의 시꺼멓고 구멍 숭숭 뚫린 화산암 바위에 코박고, 선미로 물을 쁨어 내고 있으면, 사람들은 소지한 짐과 장비를 챙겨 가파른 바위로 뛰어올라 평평한 곳까지 기어가야 했다. 유격훈련 같았다
장비와 무거운 짐은 동도 아래에서 꼭대기에 있는 해경숙소까지 설치되어 있는 작은 운반용 케이블카에 실어 보내고, 사람들은 깎아지른 바위 옆으로 좁게 난 길을 따라 걸어 올라야 했다.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오금이 저려 발짝을 띄기 어려웠다. 안내하는 해경을 따라 안쪽으로 몸을 기울여 기듯이 엉금엉금 올랐다. 동도의 정상 부근에서 동도와 서도 사이를 내려다보는 순간, 그 맑고 투명한 바닥이 확대경을 들고 들여다보는 것 처럼또렷이 보였다.
동도에는 해경숙소가 있고, 그 건물의 옥상에 넓은 헬기장이 있다. 우리팀은 그 곳에 안테나를 세우고 장비를 세팅하고 자정을 넘기며 밤새워 교신을 했다. 독도 위에서 바라본 동해 바다의 색깔은 시시각각 달랐다. 한 낯에 밝은 색의 파란 바다는 저녁으로 가면서 조금씩 농도가 짙어지며 검푸른 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웠다.
Captain Nadaun은 NADAUN호를 타고 울릉도와 독도를 다시 볼 수 있기를 손꼽는다.
내게는 독도에 갔던 그 때 사진이 여기 올린 인화된 사진 3장 외에 남아 있는 게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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