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리, 시동을 지나며

집에 종일 혼자 두고 올 수 없어
차에 태워 동행하면
꼬불꼬불한 산길 창밖을 내다보다
균형을 잃고 낑낑대던 아이가
뒷좌석에 누워 잠자듯 조용하다


‘패투헤븐’ 가는길
풍경은 스치는데 소리가 사라지고
‘구만리’길에 ‘시동’까지 나와 배웅하네
어제는 장가간 오빠가 와서 눈맞추던 아이가
하루 아침 이리도 황망히 가는가


감자 색 꼬맹이를 비오는날 데려와
‘감비’라는 예쁜 이름이 되고
칠년 넘은 살붙이로 막내딸이 되어
갸우뚱 눈치를 보던 순둥이 예쁜 눈망울


말끼를 못알아 듣는다고 혼내던
자격없는 아빠를 그리도 따르며 좋아라 했지
엇저녁 내 무릎사이 따듯한 온기를
이제는 한줌 재로 가슴에 안네

** 구만리, 시동 : 동네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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