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바다를 항해하다

밖에서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내다 보니 세상이 하얗다. 놀이터 눈바다 위에 아이들의 범선이 항해한다. 고요히 내려앉은 눈바다를 범선이 소리없이 미끄러지는 동안 아이들은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

코흘리게 아이들은 손등이 트고 발이 시려도 눈이 오는 겨울이면 신난다. 코가 쎄하게 바람이 불어도 얼음판에 썰매를 깔고 앉아 짧은 꼬챙를 연신 지쳐댄다. 외발 썰매에 서서 긴꼬챙이로 씽씽 얼음판 위를 달리는 형아들이 부럽다. 형아들이 얇은 얼음판 위를 빠르게 지나가면 얼음판이 출렁인다. 꼬맹이들이 깔고 앉은 썰매로 흉내내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진다. 양말과 바지가 홈빡 젓어 논두렁에 불을 지펴 말리던 춥고 따듯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미소짓는다.

NADAUN호가 겨울왕국으로 떠나는 상상을 해보며 한참을 범선에서 신이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