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비가 내려 아침나절에는 쌀쌀했다. 오전에는 텃밭 수업이 있었고, 오후에는 해충관리에 대한 생태도시연구소 이기상 박사의 강의가 있었다. 해충, 곤충, 이충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얼마나 해충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깨닫게 되었다. 이충을 활용하기 위해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800여 종의 진딧물 중 단 2종 많이 해충이다. 나머지는 작물에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작물의 진딧물을 없애는 천적을 증식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우리는 작물 옆의 잡초에 진딧물이 있으면 모두 제거해야 안심했다. 그러나 그것이 천척의 개체를 줄여 작물의 진딧물이 번성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살충제 사용만이 방제의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오늘 해충 관리 강의를 들으며 살려야 할 것과 죽여야 할 것을 구별하여 살려둘 것은 살려서 천적의 개체를 늘려면 살충제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곤충이 모두 해충이 아님을 알고 살려야 할 것들이 어떤 것인지 공부해야겠다.
오전 텃밭 수업이 끝나고 아들의 변호사시험 합격을 핑계로 한과를 주문하여 센터 사무실 직원들과 가구별로 한 봉씩 나누어 주었다. 내일은 공동하우스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일을 마친 후 점심을 하기로 하고, JKH 총무에게 인원을 파악하여 닭볶음탕을 센터식당으로 배달하게 부탁했다.
JKH 총무는 오늘 저녁에는 삼생마을에 농가체험하고 있는 분들이 지난번 자신들을 초대해준 것에 대한 답례로 홍체농6기 분들을 삼생마을에 초대를 했다고 했다. 가보니 베트남 쌈을 준비했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홍체농센터의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과 달리 삼생마을 농가체험은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는 듯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들은 사실은 오늘 음식은 삼생마을 농가체험 사람들이 한 것이 아니라 홍체농의 여자분들이 JKH 총무의 요청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JKH 총무는 삼생마을 농가체험 사람들이 홍체농 사람들은 초대했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JKH 총무가 일을 만들고 삼생마을 농가체험 사람들과 홍체농 여성분들 양쪽을 동원했다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홍체농6기에 요사이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 보자.
첫 총회 때 JKH 총무가 발표한 조직안과 회비를 걷는 문제에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고, 공동경비의 지출이 필요할 때는 그때그때 소요경비를 산출하여 1/N로 회비를 걷는 것으로 하자며 월정액으로 회비 거두는 것을 보류했었다. JKH 총무는 알아서들 하시겠죠 라며 자신은 이제 적극적으로 회비를 걷자고 사람드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요사이 공동하우스 작업이 시작되고 고추와 토마토 모종을 구입하는 비용이 필요하고, 함께 공동작업하며 고생한 몇몇 사람이 점심 한 끼라도 할 수 있는 공동회비가 필요한 것 같다며 삼삼오오 사람들이 회비를 거두자는 분위기가 자라고 있다.
나는 지금쯤에 멤버가 입출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카카오톡-모임통장”을 개설하면 자연스럽게 회비를 거두는 문제를 기정사실로 하고 총무가 여러 사람 앞에 서서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JKH 총무는 “카카오톡-모임통장”을 회장이 자신과 상의하지 않고 개설했다며, 자신의 농협통장을 회비통장으로 하자고 한다. 그래야 농촌에서의 관행인 현금거래를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혼자 고생하고 있는데 통제를 받으며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교묘히 말장난으로 다른 사람이 말한 것을 옮기듯이 회장님은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공동작업하고 있는데 구경이나 하고 있고, 농계기담당자와 땅이야기를 한다고 회장 자격이 없다며 사람들이 수근댄다고 한다. 왜 회비통장 이야기를 하다 엉뚱한 말을 하는지 괘씸한 화법과 그 저의가 의심스럽고 마음이 언짢지만 참았다.
그동안 JKH 총무가 열과 성을 다해 진행하는 일을 통제하려 하지 않았거니와 총무도 회장인 나에게 일일이 상의하지 않았다. 나는 대부분의 일을 JKH 총무가 공지할 때 여러 사람과 같이 들었다. 회장인 내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을 개설하여 공지한 것은 단지 회비는 모든 구성원에게 입출금이 공개된 통장으로 하는게 원칙이라는 생각에서 한 일이다. 서석 시장에서 몇천 원짜리 물건을 구매할 때도 계좌번호에 즉시 핸드폰으로 입금해 주는 방식으로도 물건값 지불이 가능하고,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의 현금카드를 총무가 소지하고 있으면 어느 은행 ATM에서 든 출금이 가능하다. 굳이 개인 통장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JKH 총무는 왜 자신의 통장에 회비를 관리하려고 고집하는 것일까.
그리고 며칠 동안 회비통장과 여자 총무 문제로 몇 사람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JKH 총무는 통제받으며 자신의 아까운 시간과 열정을 다해 총무로 봉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JJW씨는 회계는 전적으로 JKH 총무에게 맡겨야 한다며 이런 문제로 회장과 논쟁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JYK씨는 여자 총무가 모임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남자 총무가 혼자 고생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을 그냥 놔두고 있는 회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지라고 성토했다. JCS씨는 나를 조용히 불러 여자 총무가 공동활동에 참여를 하지 않아 남자 총무 혼자 고생하니 오늘 내로 회장님이 빨리 JKH 총무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총무를 뽑으라고 했다. 파도가 몰아치는 듯하다.
어찌되었든 총무교체 문제는 여성분들이 모여 논의하고 여자 총무를 추천해주었고 총회에서 전체의 박수로 세웠고, 전체회의에서 JKH 총무의 개인통장을 회비일출금통장으로 하기로 했다. 오늘 JKH 총무는 밴드에 자신의 농협통장으로 회비를 입금하라는 공지를 했다. 공동체가 원만하려면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듣고 그 원하는 바대로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이렇게 세를 몰아 뜻을 관철하려는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술자리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인 듯하다.
초대받은 삼생마을에 갈 때 JKH 총무와 CYK씨가 내 차로 동행했다. 나는 위로 받을 마음으로 JKH 총무에게 지난 이틀 동안 회장인 내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총무를 어렵게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데, 여러 사람으로부터 반복해서 들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자 JKH 총무는 벌컥 화를 내며 “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느냐?”며 총무 하고 싶지 않으니 차 세우라고 고함을 친다. 그 순간 “며칠 동안 내 마음이 그랬다고, 회장인 내가 총무인 너한테 말도 못 하냐?” ,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느냐?”는 말은 대체 무슨 말이냐. 그만두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나도 언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삼생마을에 초대받아 가는 길에 무슨 일인가 싶어 어른인 내가 마음을 추슬러야지 싶어 정 총무에게 ”네가 여러 사람 오라고 한 자리니 삼생마을에 가서 그 자리 마무리하고 이야기하자“하고 차를 세우고 한참을 진정한 다음 삼생마을에 함께 갔다.
삼생마을 농가체험 5분을 소회의실에 초대한 것도 삼생마을에서 답례로 홍체농6기를 초대한 것도 JKH 총무가 추진한 것이다. 그리고 “회장님, 꼭 참석해야 합니다.”라고 한다. 총무가 추진한 것이니 회장으로서 총무 낯을 세워주기 위해 참석해 주기는 하지만, 나는 총무와 생각이 좀 다르다. 정 총무가 추진한다고 하여 그 일에 늘 홍체능6기 전체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 사람이 술자리를 만들어 교류하는 것은 사적인 일이어야 한다. 늘 그 모임 준비를 홍체농6기의 여성분들이나 여성 총무가 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곳 센터에 오기 이전에는 각자 서로와 무관하게 살았고, 이곳에 온 과정이나 목적도 매우 다양하다. 이 과정이 끝나면 또 각자의 길을 갈 것이다. “우리 이제 여기에 모였으니 한마음 한 몸으로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로 피로감이 쌓여간다. 나는 술 한 모금도 하기 싦은 사람이라 술 마신 분들의 기사 노릇을 가끔 하고 있다.
정년퇴직하고 인생의 황혼기를 제2의 인생으로 설계하기 위해 이곳에 온 나 같은 사람도 있고, 중 장년 인생의 허리를 꺾어 삶의 대전환을 위해 농촌을 꿈꾸며 이곳에 온 사람도 있다. 청년의 나이에 농촌에서 첫출발하기 위해 희망을 품고 이곳에 온 청춘도 있고, 삶의 무게에 눌려 마음 편히 쉬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여기 온 이도 있다. 이 다양한 사람들이 매일 술자리를 하면 그 일이 성취되고 그 마음이 채워지는 것인가? JKH 총무의 열정과 사람을 한 방향으로 엮어내려는 수완을 보며 28가구의 다양한 꿈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많은 이들이 JKH 총무의 열정과 수완에 마법처럼 걸려들고 있다.
나는 모두의 이야기를 경청하자. 그들의 꿈, 그들의 소망, 그들의 지금 이야기를 조용히 다가가서 듣자. 그게 이곳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내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