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is 5 March 2022

어제 준비해 놓은 수영가방을 둘러메고 횡성체육관으로 출발했다.

어젯밤 10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방이 춥기도 했지만, 인명구조요원 교육 첫날은 교육받을 자격이 있는지 수영 실력(자유형 100m, 평형 100m, 잠형 10m이상) 테스트가 걱정되었다. 뒤척이다가 베개를 배에 깔고 자유형과 평형 동작을 연습해 본다며 허우적댔다. 몇 번 하지 않았는데 몸이 후끈하고 땀이 났다. 덕분에 푹 잤다.

7시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식빵에 잼을 발라 간단히 요기하고, 초행길이라 조금 일찍 7시 30분 경에 횡성으로 출발했다. 8시 20분 정도에 횡성체육관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겨우 수영장 입구를 찾았다. 아주머니 한 분이 아직 협회에서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며 기다리라고 했지만, 혹시 체육관 주변에 따듯한 국밥을 하는 집이 있을까 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진 곳이라 그런지 열려있는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잠시 차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젊은 친구들이 커다란 수영가방을 메고 삼삼오오 도착했다. 협회 교육진행자가 코로나 방역 체크를 한 후에 수영장으로 안내했다. 각종 교육 관련 설명을 듣고 서류에 서명하고 출결 체크 앱을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테스트에 들어갔다.

수영복을 갈아 있고 나온 21명의 남녀 청년 건각들은 한눈에 보아도 건장하고 수영을 잘하게 보였다. 나는 성 때문에 1번으로 호명되었고 5명과 함께 1조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자유형 100m, 평형 100m를 연이어서 5분 내 마쳐야 하고, 잠시 쉬었다가 잠형 10m 이상을 해야 한다. 예상한 대로 나는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자유형 100m를 쉬다 가다 했고, 평형은 겨우겨우 50m를 걷다시피 하며 숨이 턱에 차 수영장 밖으로 나왔다. 안전요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괜찮은지, 지금이라도 포기할 의사가 없는지 물었다. 아, 창피했다. 수영을 좀더 제대로 배우고 왔어야 했는데. 3개월 배우다 코로나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래도 잠형 까지는 해 보기로 하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잠형을 하려는데 도대체 몸이 물속에 가라앉지 않는다. 고개만 물속에 처박고 허우적대며 겨우 10m 지점을 지나 물 밖으로 나왔다. 테스트를 마친 후 교육담당자가 나와 4명을 더 호명하여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테스트를 해 보니 인명구조 교육을 받기에는 수영 실력이 너무 모자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교육수료 최고령자가 63세였는데 내가 65세여서 내심 기록이 깨지길 기대했는데 아쉽다고도 했다.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는데, 씁쓸한 마음으로 차에 한참을 생각 없이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가야지? 3월 4주간 토요일은 인명구조 교육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홍천을 향하다 속초 방향이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그래 속초마리나 헬로월드호나 구경하러 가보자. 혹시 김선장, 유선장님이 와있을지도 모르고 못 만난다고 해도 바닷바람이라도 쐬면 좋겠다 싶었다. 목적지가 정해지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고속도로를 내달려 속초마리나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청초호 둘레길을 걸으며 유선장님께 카톡으로 혹시 속초에 계신지 물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속초에 가지 않았단다. 그러고 보니 바람이 모자를 날릴 것 같다. 속초마리나는 규모가 매우 작았다. 청초호 위에 오리 떼가 졸고 있고 폰툰에 몇 척의 요트가 정박 되어 있다. 저 요트 중에 헬로월드호가 있겠지. 핸드폰으로 사진 몇 장 찍었다.

오늘은 동해의 바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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