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편하다. 푹 잤다. 오늘은 대통령선거 본 투표일이다. 나는 4일 오전에 사전투표하고 홍천에 갔다. 누가 대통령이 될까.
감비와 산책을 했다. 아들, 딸이 장성하여 나가 사니 감비가 딸이 되었다. 그 큰 덩치에 순둥순둥한 것을 보면 사랑스럽다. 산책하다가 가끔 자기가 가고 싶은 쪽으로 가지 않으면 주저앉아 큰 눈을 껌뻑대며 딴청을 피운다. 대부분은 내 위주로 산책코스를 정하지만 가끔은 감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주기도 한다. 그러면 뭐가 그리 좋은지 의기양양하게 나를 제멋대로 끌고 간다.
이제 5살, 사람 나이로 치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일까. 데려온 지 한두 해는 천방지축이던 녀석이 이젠 제법 점잖아졌다. 가끔은 진짜 딸처럼 제 요구를 들어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이럴 땐 천상 사람이다. 놀아준다며 내가 조금 짓궂은 장난으로 괴롭히면 그 큰 입으로 내 손을 살짝 물었다 놓는다.
내가 거실 TV 앞에 앉으면 내 다리를 베개로 하고 누워 쓰다듬어 달란다. 잠자러 방에 들어가면 따라와 침대 옆에 깔아준 자리에 눕는다. 밤새 엄마, 아빠를 지키다가 아침 6시가 되면 긴 주둥이로 이불을 건드리며 깨운다. 돌아누우면 잠시 포기했다가 다시 와서 깨운다.
이런 딸을 떼어 놓고 나는 홍천에 간다. 홍천에 마당 있는 집을 마련해서 감비를 데려와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선거 개표 방송을 보며 자정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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